드라마2010. 3. 24. 15:42

  만나게 될 사람이면 어떻게든 이루어진다? 지금 연애 혹은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 말에 동의를 할 것이며 솔로인 사람들은 이 말이 저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확률적인 면에서 동의한다. 추노 2회에서 최장군은 대길에게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의미심장한 대사를 날린다.

"언년이 이제 그만  놓아주게
만나도 만난 게 아니고 헤어져도 헤어진 게 아닌게
그런 걸 인연이라고 하지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

최장군의 이 말은 대길뿐만 아니라  추노 등장인물들에게 내린 저주와도 같은 예언이었다. 이제 이야기의 끝을 향해 가는 마당에 생겨났던 수많은 인연들은 얄굿게도 모두 엇갈리고 있다. 하나같이 각자가 서로에게 품은 마음의 원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칼의 방향만큼이나 엇갈린 인연들

신분
 대길과 언년은 주인집 도령과 노비로 만났다. 두 사람은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꿈꾸지만 양반과 노비라는 신분이라는 냉혹한 현실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였다.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은 두사람을 갈라놓지 못했다. 결국 양반 주인집에 분노한 언년의 오빠 큰놈이가 두 사람의 관계를 갈라놓고 말았다. 큰놈이는 주인집 내외를 죽이고 언년을 데리고 양반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모든 것을 잃은 대길은 추노꾼이 되고 만다. 엇갈린 인연의 두 번째 라운드를 시작한 것이다.
 
업복이와 초복이는 둘 다 노비라 신분이라는 것이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신분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가진 진보적인 성향도 비슷했다. 그래서 더욱 그들은 가까워졌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노비에게는 자유연애를 통해 가정을 꾸리는 것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인의 필요에 의해서 다른 집안에 노비와 혼인을 맺는 것이 가능한 신분이었다. 초복이도 그런 노비였기에 업복와의 인연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업복과 초복, 그들은 연인이자  노비해방운동의 동지인가?

전쟁
 병자호란은 송태하의 삶을 바꿔놓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게 만들었다. 부부의 연은 이루어졌지만 그  결국 전쟁이라는 역사의 비극 앞에 끊기게 되고 말았다. 결국 그를 노비로 만들었다. 소현세자와 약속, 그리고 꿈꾸던 대업을 이루기 위한 과정 속에서 해원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만들지만, 그 인연은 또 전쟁이 잉태한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엇갈릴 운명에 처해있다. 

타이밍
 인연을 만드는 데 있어서 타이밍은 절대적이다. 설화에게는 타이밍 문제였다. 대길에게 향한 마음은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았다. 그들이 만난 시점부터 대길의 마음은 계속 언년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대길이 언년을 재회한 시점이 송태하와의 혼인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은 변화가 없었다. 언년에 고정되어버린 대길을 보며 고통할 수밖에는 설화의 엇갈린 인연이 것이었다.
 대길과 언년의 두번째 재회도 타이밍이 문제였다. 이미 송태하와 언년이 사이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언년을 발견하게 된다. 송태하와 언년이 혼인을 맺게 될때까지도  대길은 언년이 앞에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혼인을 맺은 다음날 설화에게 비단 옷을 해주려고 나온 대길과 언년은 엇갈린 운명의 재회를 해버린다 언년을 좇기 위해 추노꾼이 되었던 대길은 결국 최장군의 저주(?)처럼 만난게 만다는 것도 아닌 그런 재회가 되고 말아 버렸다.
 
대업

 병자호란은 소현세자라는 비극적인 인물을 만들고 말았다. 역사적 허구이지만 소현세자가 걸었던 삶을 보면  송태하 등이 꿈꿨던 대업은 개연성이 충분히 있어보인다. 그 대업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송태하와 함께 했던 많은 부하들은 철웅에게 목숨을 잃었다.  
 
곽한섬은 이 대업때문에 인연을 만났지만 그것 때문에 인연을 맺지 못한다. 소현세자의 아들인 세손을 보살피던 궁녀 필순과의 인연을 맺어보려고 했지만 그를 도주시키는 과정에서 그녀는 목숨을 잃고 만다. 결국 곽한섬도 조선비의 배신으로 이승에서 맺지 못한 인연과 이루지 못한 대업을 두고 세상을 떠난다. 이 슬픈 인연은 제작진의 배려로 저승에서 맺는 것으로 그려진다. 저승에서 만난 궁녀 필순이 곽한섬에게 날린 대사가 진한 여여운을 남긴다. 남기고 왔다고 생각하지 말고 두고왔다고 생각하라는...

그리고 살 좀 빼라능..

대업을 위해 태하는 짝귀의 산채에 해원을 두고 길을 떠난다. 물론 그 길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길이다. 그 대업이 혼인의 맺은 두 사람의 이승의 인연을 끊어버릴 지도 모르고서 말이다. 결말에 대한 여러가지 스포일러들이 나오는 마당에 아무래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듯하다. 큰 꿈을 품고 대업을 이루고자하는 사내의 꿈은 가정을 이루는 소박한 꿈이 함께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죽음?
 지금까지 등장인물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당혹스러웠다. 그런 사청자들의 황당함에 제작들은 미안했는지 최장군과 왕손이를 부활시키는 센스를 발휘했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종방을 앞둔 시점에서 앞으로 주인공들의 죽음을 예견하는 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죽음이 지금까지 엇갈려왔던 인연들의 이야기에 어떻게 바꿔놓을지 끝까지 궁금한 대목이다.

결국 이루어진 인연은 큰주모와 방화백 뿐???

 추노꾼 대길이가 좇은 노비는 언년이었다. 대길에게 언년이는 잡히지 않는 엇갈린 인연이었다. 그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인연을 좇는 외로운 사내였던 것이다. 대길 뿐만아니라 추노 등장하는 많은 엇갈린 인연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인연들이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은 인연을 향해 그려진 그들의 마음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이를 안방에서 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이루어지 않는 인연에 대한 경험이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결말을 앞두고 좌절되는 인연 속에서 주는 비장한 감동은 추노의 또다른 재미이다.


**이미지 모든 저작권은 KBS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