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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5.19 개콘 폐지 이유, 학교 시스템의 붕괴? 또는 KBS라서?
예능2020. 5. 19. 03:36

개콘이 폐지된다. KBS 개콘 측에서 15일 당분간 휴식기를 가진다고 발표했으나 개그맨이나 미디어들은 폐지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그맨들은 유튜브 등 여러 미디어에서 개콘 폐지 이유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가장 큰 이유는 모두 '재미가 없어서'라고 했다. 근데 21년간 장수하며 꽤 오랫동안 재미있는 개콘이 왜 재미가 없어졌는가에 대해선 바로 보는 관점이 조금씩 달랐다. 

 소극장 공연이 개콘 무대로 

 원래 개콘은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했던 공개 코미디를 방송에 그대로 옮겨온 것이었다. 유튜브에서 한 개그맨이 언급한 것처럼 개콘의 성공 비결은 치열하게 소극장 공연하며 갈고닦은 코너들이 개콘에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극장 공연이 KBS 개콘 무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있었기에 대박 코너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공연 무대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이런 구조가 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방송작가와 PD 중심으로 가면서 점점 재미를 잃어갔다는 것이 그 이유 중에 하나라고 지적했다.

윤형빈의 원편맨(유튜브 채널)과 썰빵(유튜브 채널) 개콘 폐지 이유를 말하다.

개콘의 학교같은 시스템

 유튜브에서 한 개그맨은 과거 개콘은 하나의 학교였다고 표현했다. 수요일 녹화를 위해서 일주일을 풀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방송 스케줄이 있는 개그맨도 이런 개콘 준비 스케줄에 차질을 주지 않게 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스타가 된 개그맨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학교 같은 시스템이 점점 과거의 이야기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스타가 늘어나서라기 보다는 새로운 스타를 계속 만들어 나가지 못한 탓으로도 볼 수 있다. 여하튼 새로운 대박 코너가 양산되는 개콘 특유의 시스템의 붕괴는 큰 이유로 보인다. 

이미치 출처 : KBS 방송 화면 캡쳐

소재와 표현의 한계, KBS라서? 

  개그맨 박성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개콘의 소재 제약을 개콘 폐지의 이유로 언급했다. 개콘은 온 가족이 보는 프로그램이라 소재나 연기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이디어를 내도 통과가 되지 않거나 코너를 짜다가 자기 검열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과거 개콘 코너만 봐도 공감할 수 있다. 물론 예전 개콘 방송이지만 지금 봐도 재밌다. 하지만 여성이나 외모 비하 등 당시에는 그냥 넘어갔던 표현들이 툭툭 걸릴 때가 있다. 지금 방송했으면 문제 되겠다고 싶은 장면들이 걸린다. 이런 견해는 그 동영상들의 댓글에 자주 등장한다.

 이는 그 짧은 기간에 우리의 성인지 감수성 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본인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짜서 코너를 만드는 개그맨 입장에서는 이런 환경은 창작에 제약을 줄 수밖에 없다. 공중파이자 시청료를 받는 KBS도 이런 논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미지 출처 : tvN 유튜브 채널

코빅의 경우 

 개콘이 폐지되면 유일하게 남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tvN의 코빅이다. 코빅은 아직은 인기를 유지하며 위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그리고 위에서 제시한 개콘 폐지 이유와도 다른 결이다.

 개콘처럼 처음부터 소극장 공연했던 코너들이 그대로 넘어온 것이 아니었다. 이미 스타가 되어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이 코너를 하는 경우가 많아 학교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기 비결은 양세형이나 이진호, 박나래 등 최고 역량을 가진 개그맨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코빅은 소재나 표현에 개콘보다 많이 자유롭다. KBS는 공중파라 소재나 표현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나 tvN의 그렇지 않다. 코빅을 보다 보면 저건 절대 개콘에서 못 보겠다는 장면들이 종종 발견된다. 특히 안영미의 가슴춤 하나만 봐도 두 프로그램의 허용 범위가 비교 가능하다. 

시스템의 붕괴? 혹은 공중파의 한계?

 개콘 개그맨들은 소극장 공연을 그대로 개콘 코너로 옮겨오는 구조나 학교 같은 모양으로 수요일 녹화를 위해 일주일이 돌아가는 시스템은 이미 과거 얘기가 되어버렸다. 그 이유가 뭐든 한 번 무너진 시스템을 다시 세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KBS가 공중파로서 허용하는 소재와 표현이 범위도 더 넓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나 요즘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조금이라는 그런 빌미(?)가 제공되면 유튜버들을 비롯한 많은 미디어에서 사냥감으로 삼을 것이 뻔하다. 굳이 KBS에서 이를 감수하면서 공개 코미디를 지킬 이유는 없을 것이다.

 결국 공중파에선 개콘 같은 공개 코미디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쉬운 것은 코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개그맨들의 장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시청자 입장에선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 개그맨들의 피땀 흘린 결실의 산물을 볼 수 없다는 대목이다.

 이런 맥락에서 과연 코빅도 오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개콘을 21년간 지탱했던 것은 시스템의 힘이었다. 이런 시스템으로 대박 코너와 스타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코빅이 현재 스타들의 개인 역량만이 대박 코너의 비결이라면 스타 부재 시에는 코빅의 앞날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