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2009. 7. 11. 05:08




 '시티홀'이 종영된 수요일 저녁 '태양을 삼켜라'의 대대적인 홍보에 다시 SBS를 찾았다. 그런데 '태양을 삼켜라 스페셜'이라니.. 드라마를 보기 전부터 특집을 보는 건 스포일러를 보는 것 같아 '트리플'로 시선을 돌렸다. 거긴 또 고인이 된 마이클 잭슨의 추모 콘서트를 방영하고 있었다. 다음날 동시 방영한다는 자막이 있었지만 최근 '트리플'의 떨어진 인기가 콘서트 방영 시간을 정하는데 한 몫한 것으로 보였다. 다음날 화제작이 될 가능성이 무지 높은 '태양을 삼켜라' 1회를 보고 '트리플'도 본방사수를 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시티홀'에 빠져 동안 '트리플'의 이야기는 듣던 대로 진화의 진화를 거듭해 있었다. 발전된 얘기는 '주홍글씨'라는 작품을 떠오르게 했다.
 
 '주홍글씨'는 나다니엘 호손이 쓴 유명한 영미문학 작품이다. 몇 년전 한석규 이은주 주연의 동명의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평가받은 이 작품 속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의미와 해석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영화 ‘주홍글씨’를 함께 관통하는 메시지는 ‘도덕’ 혹은 ‘제도’와 인간의 자유로운 감정인 ‘사랑’과의 대립과 갈등이다. 원작은 남편이 있는 헤스터와 목사인 딤스데일의 사랑 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이 복잡한 주제를 이야기 한다. 두 사람의 사랑으로 태어난 ‘펄’과 이로 인해 헤스트가 받게 되는 ‘A'라는 주홍글씨, 결국 가슴에 ’A'라는 글씨를 새기며 스스로 목숨을 끝는 딤스데일의 이야기 속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 ‘주홍글씨’는 비슷한 주제를 좀더 복잡하고 미묘한 이야기를 폴어낸다. 김영하의  단편 소설인  <거울에 대한 명상>과 <사진관 살인 사건>을 뼈대로 한 이 작품은 사랑하는 아내와 그녀의 친구와 밀월 관계를 맺는 이기훈(한석규 분) 이 세명의 갈등 구도 속에서 과거 동성애인 관계였던 그의 아내와 최가희(이은주분)이 극을 반전시킨다. 또한 극중 형사인 이기훈이 수사하는 사진관 살인사건은 같은 맥락의 주제의 다른 이야기로 분화된다. 자신의 누드를 찍어주는 남자을 사랑하게 된 지경희(성현아 분)와 이 사실을 알게된 그녀의 남편의 살인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이 이어진다. 그 속에서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맺게된다. 극중 마무리에 등장하는 지경희의 ‘사랑했다면 다 괜찮은 건가요?’라는 대사는 극이 던져주는 무거운 이야기들을 질문으로 대신한다.

 ‘트리플’도 지금의 이야기의 수준은 이런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해 보인다. 남매이지만 피가 안 섞인 신활(이정재 분)와 하루(민효린 분) 이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이 이어 진다. 하루는 자기 감정을 순진난만하게 신활에게 드러내고 있고 있고 사춘기 소녀의 철없음으로 넘기던 그도 점점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게 된다. 여기까진 좋다. 법적으로 남매이지만 피가 안 섞인 남녀 간이 사랑은 종종 등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활은 하루의 코치인 최수인(이하나 분)이미 결혼한 몸이였다. 다시 합친 오빠를 향해서도 끊임없이 마음을 고백하는 하루와 그런 하루에게 흔들리는 신활 정말 '주홍글씨'에서 보여줬던 인간의 '사랑'이라는 감정과 '도덕'또는 '제도'와의 갈등이 벌어지기 충분한 구조다. 거기에 친구의 아내인 최수인을 좋아하는 장현태(윤계상 분)까지 있으니 이건 말할 것도 없다.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에 이런 문구가 있다. '상쾌한 사랑의 공기가 보이나요' 이 드라마에서 '상쾌함'이라는 산뜻한 영상 연출과 주인공들의 쿨함을 말하는 것일까?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애정구도에서는 '상쾌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심각한 얘기를 아무리 영상이나 미사여구로 미화한다고 해도 현실과 동떨어지게 할 뿐 그 본질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루의 어린 나이와 신활과 최수인이 아직 혼신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무마하기에는 너무 길은 너무 멀리 와버린 듯 하다. 여기서 심각한 갈등과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문제를 던저 놓고도 끝까지 미화에만 애쓴다면 결국 현실과 동떨어진 환타지가 되고 말 것이다.  마지막에 주인공 중에 누군가가 그런 대사를 남기면서 마무리할지도 모르겠다. '사랑했다면 다 괜찮은 거에요'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