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2009. 6. 25. 17:33
 마지막 회를 안 보려고 했다. 하지만 20부작이 16부로 조기종영 한다는 소식에 연민을 느껴 밤 11시 쯤에 티비를 틀었다.역시나 60분은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종기종영이라 원래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시켜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중간에 종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론이 모호한 오혜성의 아름다운 재활스토리로 끝을 맺는 이상한 마무리였다. 원작의 스토리를 여기저기 끼어맞춰서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억지스러운 전개와 상황에 맞는 어슬픈 연기들이 조화를 이루며 '외면구단'으로 면모를 마지막까지 보여줬다. 원작의 후광과 함께 야심하게 시작했던 '2009년 외인구단'은 어떡하다 이렇게 조기종영 되었을까? 



실패한 캐스팅??
 원작인'공포의 외인구단'에서의 주인공의 캐릭터와 이미지는 너무 강렬하고 뚜렷했다. 캐스팅은 그래서 무척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원작을 떠올리면서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다. 원작과 드라마의 인물들이 너무 괴리감을 느낀다면 시청자들은 작품에 몰입할 수 없다. 이 드라마는 캐스팅부터 원작의 캐릭터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태영은 원작의 오혜성을 연기하기에는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잡초같은 이미지보다는 도시적이고 귀공자스럽다. 그리고 원작의 최엄지는 여성적이고 순종적인 이미지에 반해 김민정은 너무 당차고 발랄한 느낌이다. 마동탁의 경우는 80년대 제작된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의 '맹상훈'의 비해선 훨씬 닮았지만 캐릭터 설정과 연기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이 세명의 주인공보다 더 최악의 캐스팅은 손병호 감독이다. 손병호 감독은 외인구단의 탄생과 '강함 것은 아름답다'는 이 작품의 메세지를 드러내는 열쇠를 쥔 인물이다. 그는 고독함과 날카로움 속에서도 개성이 강한 외인구단의 모든 맴버를 누를 수 있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었다. 배우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지만 '전인택'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로 표현하기는 힘든 인물이었다. 역시 드라마 속에서 손감독의 캐릭터는 묻히고 원작에 비해 10분의1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오혜성 외 나머지 다섯 명의 외인구단 맴버들 모두 신인으로 기용했지만 각 인물들이 가진 캐릭터를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캐스팅이었다. 
 
원작의 단순한 해석
 
제작진들은 도대체 원작을 어떻게 읽고 느꼈는지 끝까지 궁금한 대목이다. 원래 만화가 황미나 씨가 드라마 대본을 집필했으나 제작진가의 의견이 맞지 않아 중도하차 했다고 한다. 황미나 씨의 집필 방향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없지만 그녀가 떠난 '2009 외인구단'의 해석은 철저한 실패였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원작에 충실하다보니 실패했다는 관점과 원작을 훼손했기 때문에 그랬다는 두 가지 시각이 동시에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2009년 외인구단'은 작품 전체적으로는 원작의 틀을 유지하려고 했다. 오혜성과 엄지의 어릴 적 만남과 혜어짐. 그리고 상경 후 재회부터 시작해서 연습생으로 들어와서 퍼팩트 기록을 세우지만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었다가 지옥훈련을 통해서 다시 복귀하는 것까지 원작과 똑같다. 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는 원작에 충실했지만 주인공들의 캐릭터들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전체적인 줄거리는 변형을 가하더라도 오히려 이 주인공들의 설정에 대해선 더 원작에 충실했어야 했다. 오혜성, 최엄지, 마동탁 등이 조금씩 원작의 그들과는 변경되거나 단순화 되었다. 문제는 원작의 주제는 이 세명의 캐릭터들도 인하여 형성된다. 우유부단하고 카리스마가 부족한 오혜성과 우유부단하지 못하고 당당한 엄지, 그리고 순애보적이고 착한 마동탁으로는 원작과 드라마 사이의 거리만 멀게 만들었다.

차라리 80년대를 배경으로 만들었다면?
 원작의 배경은 80년 초반이다. 그 시대 상황에는 2년간(드라마에선 4년)의 '지옥훈련'이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2009년'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금은 스포츠 과학이 발달하여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훈련방법이 개발되어 있다.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새로운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야구판을 뛰고 있는 상황에서 6명이 고립된 장소에서 훈련하여 뛰어난 선수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프로야구를 떠올려 보면 그런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2009년을 배경으로 하려다가 너무 오버한 것은 '하국상'의 경우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뛰는 혼혈 중에 동남아 2세가 있는가? 농촌으로 동남아 처자들이 결혼 러쉬를 이룬 것은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벌써 야구선수라니.. 아직도 미국계 혼혈 2세들이 스포츠계나 연예게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국상'의 원작 미국 혼혈 설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괜히 동남아 혼혈로 설정하여 어슬픈 배우 연기와 잘 겹합하여 '하국상'이라는 인물을 코미디로 만들고 말아버렸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원작의 요소들은 1980년대 초반의 시대 상황과 정서들을 드러낸다. 하지만 '2009 외인구단'은 그 시대상황을 '2009년'에 맞게 각색하지 못했다. 오히려 '2009'가 아닌 원작에 맞게 1980년대 시대를 배경으로 진짜 '공포의 외인구단'을 만드는 것이 나을 뻔 했다. 그랬다면 '2009년'이라는 배경 때문에 설정의 변경을 조금씩 주다가 어설픈 드라마가 되지는 않을 수도 있었다.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조기종영한 자체가 아쉬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드라마가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 됐다. 문제는 이 드라마는 훌륭한 원작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인기 만화의 극화는 쉽지 않는 과정이므로 한 번 실패가 되면 다시 제작하기 어렵다. 원작의 팬이라면 누구나 적절한 캐스팅과 함께 완성도 있는 드라마가 제작되기를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시도된 '공포의 외인구단'의 드라마화가 아쉽게도 철저한 실패로 끝났다. 원작이 강렬한 메시지와 감동이 안방극장에서 살아나길 바랬지만 그냥 기대로 끝난 것이다. 안 만들었다면 모르지만 원작 만화를 보면서 위안을 삼아야 할 형편이다. 향후 원작 만화의 드라마화를 계획하는 피디나 제작자가 있다면 원작과 그 팬들을 위해서 좀더 심여를 기울여서 제작해 줄 것을 당부한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