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2009. 7. 13. 04:09



 영화 '친구'의 등장인물과 이야기는 너무 강렬했다. 학창시절을 부산에서 태어나 경상도에 자란 터라 그 드라마의 유오성, 장동건 등 강렬한 카리스마에 내뱉는 경상도 대사는 오랫동안 기억과 입에 남아 있었다. 그런 기억과 추억은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충분히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첫회부터 그 기대는 길을 잃었다. '실망'했다기 보다는 딱히 무엇때문에 그 드라마를 봐야되는지 그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그것은 단지 드라마의 출연 배우들이 전작의 그들보다 연기나 캐릭터가 못 미쳐서 그런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네 명의 친구를 맡은 각 인물들은 개성있게 역을 소화나가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극의 초반에 전작 영화 장면의 재연과  장면 사이에 등장하지 않았던 장면의 삽입으로 드라마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고 영화 '친구'의 재연과 숨겨진 이야기의 삽입은 오히려 다큐같은 느낌을 주었다. 영화'친구'에 대한 열광이 이런 다큐같은 드라마를 봐야할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4회 5회부터 과거 고교시절로 고정된 시점과 스토리 전개는 이런 생각을 불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 명의 등장인물이 이 드라마를 봐야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동수, 준석의 시다바리가 아닌..

 영화'친구'에서 동수의 비중은 좀 애매했다. 실제로 '동수'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은 친절하지 못했다. '준석'과 '동수'와의 관계가 대한 부분도 그렇다. 영화를 본 관객 중에는 정말 '준석'은 '동수'를 친구로 아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두 시간의 짧은 러닝타임에서 담기 힘들었는 것이 바로 '동수'라는 인물이었다. 그 못다한 '동수 이야기'를 곽경택 감독은 풀어내기 시작했다. 영화 '친구'에서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동수'가 이야기 속에서 살아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바람난 어머니를 지켜봐야 했으며 어머니의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성장했다. 화가로서의 재능이었지만 그런 꿈을 펼치지 못하고 고교시절 권투선수로서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진숙의 등장은 '준석'과 보이지 않는 갈등은 낳기는 했지만, '준석'과 더 가까워진 그녀에게 더 다가가지 못한다. 영화 '친구'에서 설명되지 못했던 동수라는 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설명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곧 극에 재미를 더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특히 배우 현빈은 장동건의 '동수'가 아닌 극에서 속에 외로움과 분노를 간직한 청년 '동수'로서의 역할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이런 동수의 재조명은 유명한 화장실 시컨스에서 영화와는 바뀐 준석의 대사에서 느낄 수 있다. 동수가 '내는 니 씨다버리가?'라고 할 때는 준석은 '죽고 싶나'라는 원작 대사 대신 '고마 편안하게 생각하자'라는  바뀐다. 이런 동수의 재조명이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와 잘 엮이면서 극의 재미를 조금씩 더해주고 있다.



진숙, 스쳐지나가는 추억 속의 여인이 아닌..
 
 진숙은 영화 '친구'에 등장인물 중에 유일한 여성 조연이었다. 대부분 곽경택의 영화처럼 그녀의 존재는 미미했다. 단지 고교 시절 네 명의 친구의 추억의 여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단지 밴드하는 날라리 여고생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외유내강'으로 무장하며 극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생으로의 꿈을 가지고 있으며 공부 등 여러 재능을 가진 그녀였지만 어려운 가정 상황에 꿈을 접는다.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가족을 위로하고 친구들에게 필요한 존재로 다가간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슬퍼하는 준석과 고기잡이배로 먼 길을 떠나는 동수를 포용하는 장면에서 그녀의 가진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왕지혜'는 배우는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담담하게 연기한다. 이런 그녀의 외유내강이면서도 어머니같은 캐릭터로서의 등장은 무척 흥미롭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 언론이 시청자들로 부터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원작의 출연배우들의 힘을 능가할 수 있는냐는 것이었다. 스크린이 아닌 안방극장이라는 점과 디테일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드라마라는 특성은 굳이 전작의 배우들과 동일할 필요가 없음을 일깨워주기 시작했다. 또한 각자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그 역할을 무난히 소화해냄으로서 그런 우려를 점점 불식하게 만들고 있다. 그 속에서 '동수'와 '진숙'의 디테일한 캐릭터로서의 등장은 이런 우려를 불식함과 동시에 극의 재미를 점점 더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중호'와 드라마에 새로 등장한 진숙의 친구인 '은재'와 '성애' 감초 연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시청율에서도 10%대에 도달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어필을 하고 있다. 이 드라마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영화를 드라마로 만들어 보지 않겠냐는 제의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영화 '친구'에서 살아나지 못했던 '동수'와 '진숙'의 재조명의 극의 재미를 더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펼쳐지게 될 이야기들을 점점 기대하게 만든다.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사전 판매를 통해서 제작을 도운 일본에서도 성공한 드라마 되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