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읽기

 드라마 트롤리가 종영했다. 트롤리 딜레마라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성폭력이라는 소재에 접목했다.

 시청률을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16부 내내 거대한 빌런이나 뚜렷한 선악의 대립 없이 긴장감이 있게 끌고 갔다. 이는 소재나 결론의 호볼호를 떠나서 이 드라마가 가진 장점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 두 사건의 축으로 해결하는 모양새이다. 과거의 사건은 주인공 혜주가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성추행 사건이다. 

 그 성추행 사건으로 자신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그 신고로 명문대 법대 입학을 앞둔 가해자는 자살을 한다. 그의 자살로 사건은 종결되고 진실은 묻힌 채 혜주는 앞날이 창창한 사람을 자살하게 만든 사람으로 주홍글씨가 찍힌다.

 그 자살로 유족 또한 고통을 받으며 성추행이라는 진실마져 부정하며 살아간다. 현재 사건은 혜주의 남편이자 국회의원인 남중도의 5년 전 성폭행 사건이다. 그는 그 사건을 스스로 사죄하는 의미에서 한 법안 발의가 몰두한다.

 바로 성폭행 가해자가 자살을 해도 사건은 종결하지 않는 법안이다. 그 법안을 위해서 그는 여러 상황을 만들어서 대중들의 이목을 돌리게 하는 술수를 마다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욕망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 성폭행 사건은 혜주가 알게 되고 그는 남편의 정치적 미래와 고등학생 딸의 상황, 친한 언니인 피해자의 입장 등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대중에게 폭로하는 결정을 내린다.

 혜주의 폭로로 정치인이나 한 가정의 남편으로 모든 잃어버린 남중도는 바다에 빠져서 자살을 시도하지만 혜주의 의해 실패한다. 혜주는 잘못을 사는 동안 받아야 한다며 자살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절규한다.

 결국 과거의 사건이 가해자의 자살로 진실이 묻히면서 가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고통을 받았다면 현재의 사건은 진실이 폭로되고 가해자는 죽음이 아닌 범죄를 심판받으면서 마무리된다.

 그렇다고 세상이 가진 딜레마가 해결되는 것은 같지 않다. 남중도가 스스로 자신의 성폭행을 사죄하는 방법으로 택한 법안은 그 법안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폭로로 인하여 폐지되고 만다.

 과거 미투 운동이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뉴스의 몇몇 인물이 떠오르지만 그런 사건과 일치하지도 않아 보인다. 오로지 드라마처럼 가해자가 진실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짓 미투 사건으로 결국 법정에서 무죄로 판명 나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결국 그 과정에서 사회에서 낙인이 찍힌 경우도 있었다. 또한 2차 가해라는 말로 진실에 대한 질문올 모조리 막아버리는 또 다른 폭력도 있었다.

 물론 피해자가 대부분 약자이며 그를 보호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 또한 일종의 딜레마로 보인다.

 그리고 현실에선 혜주의 선택으로 그의 딸과 피해자인 언니, 그리고 본인이 겪을 파장은 몇 배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의 종영을 위해서 각자가 긍정적인 상황에 이른 것으로 마무리하고는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 딸이 아빠는 국회의원에서 성폭행 범으로 엄마는 그 폭로자가 되는 상황을 극복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또한 가해자와 폭로자인 자신도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그런 시선을 견디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폭로라는 선택이 가진 무게는 좀 더 더 가볍게 다루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