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2012. 2. 23. 14:03



 해를품은달에서 연우의 죽음의 비밀아는 두 사람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설정이다. 왕 이훤은 연우의 죽음을 밝하기 위해서 은밀하게 조사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단서로 여겼던 전 상선 내관은 갑작스러운 자결을 했고 당시 빈궁인 연우를 모셨던 상궁도 자객에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이훤은 "실체는 없으나 분명 살아있는 적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실체가 없는 적'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2011년의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서 2012년에 또 다른 사극이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두 드라마는 너무나 다르면서도 닮은 구석이 있다.  임금이 주인공이며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 '실체가 없는 적'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적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희생을 당하는 사람까지 생기는 것이 왠지 닮아 있다


이미지출처 : sbs 뿌리깊은나무 드라마장면 캡쳐

 하지만 임금이 사랑하는 대상은 너무 다르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임금 이도의 사랑의 대상은 백성이었다. 그의 백성에 대한 사랑은 유별났고 그게 사랑인지 아닌지 깨닫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강채윤 소이 그리고 정기준 까지 '훈민정음' 창제라는 사랑의 결과물을 낳기까지 그 여정을 끝까지 갈 수 있게 만들었다. 마지막 이도의 갈등은 '훈민정음' 창제가 백성에 대한 사랑이 아닌 책임전가라는 정기준의 반론이었다. 이도는 훈민정음 이후의 백성들의 불확실한 미래를 '그들의 몫'으로 그들의 자유의지적인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로맨스는 마무리 된다.

 해품달의 임금 이훤의 로맨스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왕자 시절 우연히 만난 반가의 소녀와 사랑을 키우지만 할마마마의 권력을 위한 꼼수로 사랑하는 여인을 잃는다. 어린 시절 첫사랑의 열병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끝나버린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고 왕이 되서도 잊지 못하는 여인이 되어 버렸다. 조선의 왕 이훤은 어린 시절 첫사랑을 잊지못하는 지고지순한 로맨틱가이인 것이었다. 거기에 왕이 되지 못한 형님 양평군과의 삼각관계까지 형성한다. 이게 사랑인가 아닌가 갈등하고 고민하는 이도와는 달리 이훤은 열병과 같은 사랑을 간직하고 또 이어간다.

 너무나도 다른 두개의 사랑 이야기가 2011년 과 2012년을 이어서 사랑을 받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뿌나의 인기는 물론 이야기의 재미와 출연배우들의 명연기가 큰 몫을 했다. 한편으로 그 드라마 담긴 임금 이도, 한글창제의 이유, 밀본과의 대립 등 이야기 속에서 지금 우리가 현실에서 겪고 있는 현상 혹은 답답함들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방원의 철권통치의 길을 걷지 않고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대화와 소통의 길을 걷는 임금 이도의 모습에서 소통부제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사회의 중요한 사안들이 결정되는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었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www.imbc.com

  해품달은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투영할만한 대목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시대만 조선일뿐 역사적으로 조망해야할 사건이나 교훈도 등장하지 않는다. 성리학이 지배하는 조선시대에서 어린 연우의 죽음과 도무녀 장녹영의 역활에서 보듯 극에서 무속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로 다른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를 왜 우리는 연이어 열광하는 것일까?  '뿌리깊은 나무'에서 임금과 백성의 이야기를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대면하고 해소해 주는 측면이 있었다. 해품달은 '무속'이 지대한 영향을 받는 조선시대에도 존재하기 힘든 환타지스러운 사랑이야기이다. 때로는 힘든 현실을 대면하기 보다는 잊어버리고 싶을 때가 많은 것이 요즘이다. 현실적이지 않는 임금의 로맨스에서 그런 위안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