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읽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겟아웃은 색깔이 분명한 영화였다. 검은색과 흰색, 물론 일본인이 등장하지만 그도 흰 쪽 편이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복선을 알 수 있는 단서들을 숨겨놓은 장면들과 지금 미국의 인종 갈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는 등 리뷰어들이 할 얘기가 많은 영화였다.

 인터넷에서 영화 겟아웃의 리뷰들을 보니 저 장면을 저렇게 볼 수 있구나 싶은 장면이 많았다. 특히 주인공 크리스가 소파 의자에 묶인 채 손톱으로 긁어서 소파 속의 목화솜으로 귀를 막는 장면을 목화 재배에 많은 흑인들이 동원된 역사를 들어서 그런 상징적인 작물로 목화가 등장했다는 해석은 정말 신선했다. 

 하지만 영화 겟아웃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반전의 결말이 약했다기 보단 좀 허무했다. 결국 백인 여친이 흑인 남친을 낚아서 데려다 놓은 목적은 바로 그 남자의 몸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뇌를 바꿔치기해서 힘없고 다 늙은 백인들에게 건강한 흑인의 신체를 갖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족 기업이었던 것이었다. 

 뇌만 바꿔치기하면 다 늙은 백인도 젊은 흑인의 몸을 가질 수 있다는 설정은 결국 1.4kg의 뇌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영화 게아웃은 말하고 있었다.  기술 상의 한계로 뇌의 모든 부분을 제거 못하여 원래 몸의 주인은 ‘침잠의 방(the sunken place)’에 갇힌 채로 새 주인과 함께 산다고 했지만 결국 뇌가  ‘나’라는 설정에는 변함은 없다.

 과연 뇌가 ‘나’일까? 영화 게아웃의 관점은 결국 뇌과학자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들은 뇌 각 부분의 모든 작용을 통해서 생각, 기억, 종교의식 등 인간이 의식하는 모든 영역이 모두 뇌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뇌과학자의 주장으로는 설명 안 되는 현상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세포기억설’이 있다. 인간의 장기 속의 세포는 기억 기능이 있어서 그 기억이 전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리 슈왈츠라는 심리학 교수에 의해 처음 주장된 이론으로 20년 간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을 연구하여 70여 건의 사례를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 중년 남자는 심장 이식 이후에 전에 없던 그림 실력을 보여줬는데 그 이식한 심장의 원래 주인이 젊은 화가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한부 삶을 사던 한 남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을 심장을 이식받은 후 13년 후에 돌연 자살하는데 그 방법이 심장을 이식 받은 사람과 같은 방법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예는 뇌의 95%가 없는 사람이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뇌수종을 앓고 있는 600명 중 60명이 뇌가 95%가 없었으며, 그 60명 중 절반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졌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하여 한 학자는 신경 세포 안에 기억 저장 기능이 있어 뇌를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종교 경전으로 알고 있는 성경에서 이 ‘세포기억설‘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람의 몸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경은 여러 지체들(members)이 한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으며, 각 지체들로 이루어진 몸은 ‘몸의 마음(carnal mind)’을 가지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즉 각 지체(members)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뇌과학자의 주장처럼 뇌에 정신이 없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를 증명하는 여러 사례 중에 자주 등장하는 뇌전증 환자인 헨리 물레이슨의 사례가 있다. 그는 뇌 수술로 해마를 포함한 내측 측두엽이 제거된 이후 단기 기억 능력을 상실했다.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금방 일어난 상황에 반응은 하지만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를 보면 분명 뇌 세포도 정신이 있다.  

 최근 이세돌 9단과 대국했던 알파고의 딥러닝처럼 인공지능은 뇌과학과 함께 발전하였다. 사람의 몸을 알아가는 과정이 곧 기술 발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영화 겟아웃 결말은 분명 사람의 뇌가 그 사람의 정신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뇌과학 등으로 사람의 몸이 제대로 밝혀져서 영화 겟아웃이 미래를 예측한 영화가 될지 아니면 허구로 밝혀지는 공상과학영화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