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2. 4. 18. 17:20

(스포 있습니다^^)

 

추억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9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입장에서 한 번 추억에 젖어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도 생겼다. 90년대를 보낸 20대를 추억하며 그 기억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한 편으로 있었다. 영화를 따라 그런 추억을 짚어가다보면 개인적인 추억에 대한 정리도 함께 이뤄질 것 같은 마음에 극장을 찾았다.

 

 

 

 

 그 기대는 러닝타임이 길어질수록 점점 깨지기 시작했다. 갈수록 '집'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서연'이 찾은 것은 과연 첫사랑의 추억이었을까 하는 대목이었다. 그냥 추억이 그리워 그 대상이 보고 싶었을까? 서연이 첫 사랑을 찾아오게 된 과정이 그러지 않았다.

 

 주인공 서연은 대학을 졸업하고 흔히 돈 잘버는 의사 직업을 가진 남자와 결혼한 강남의 젊은 사모님이었다. 그의 부유한 삶도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이혼 하고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도 중병에 걸린 상황이었다. 그녀의 인생은 이혼으로 받은 위자료로 '한 몫'을 챙긴 상황이지만 무척 불안정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새로운 집을 지으려고 하는 그는 마치 집을 떠나 방황에 끝을 맺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해서 찾아간 곳은 첫사랑이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과거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 두 사람이 만난 장소는 '건축학개론' 수업이었다. 집을 지어가듯 그 두 사람은 사랑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첫사랑은 이뤄질 수 없다는 속설과 같이 그들의 20살의 첫사랑은 순수했지만 어설프기도 했다. 그들의 만남은 고백하러간 승민이 만들었던 서연의 집 모형처럼 부서지고 말았다. 부서진 집과 같은  첫사랑을 간직한 두 사람은 기억의습작의 가사처럼 '너무 커져버린 미래'를 향해 또 다시 각자의 길을 떠났다.

 

 서연은 인생의 슬픈 시간들을 보내고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승민과 재회한다. 그 때 그들은 서로 몰랐던 그들의 감정을 확인한다. 첫사랑은 그들이 추억하고 떠난 집이었지만 이미 과거의 집이었다. 그들은 고향을 떠난 사람이 다시 집을 찾듯 첫사랑을 찾았고 다시 또 각자의 집을 향해서 자신들의 길을 떠난다.

 

 

 

 누구나 가끔 인생의 무게에 흔들릴 때 과거를 추억하게 된다. 좋았던 시절 아름다운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 기억에서 짧은 시간동안 위안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서연과 승민 두 사람에게 첫 사랑이라는 그런 집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각자의 길을 떠나는 결말은 너무나 슬프고 현실적이었다. 엔딩 크래딧과 함께 '기억의 습작'이 주는 여운은 너무나 깊고 강렬했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