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0. 6. 4. 05:35

 얼마전 다비치의 '시간아 멈춰라' 뮤직비디오를 봤다.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쇼킹했다. 그림형제의 백설공주를 뒤집은 내용이었다. 공주도 착하지도 않는 백설과 왕자도 아닌 계모가 고용한 잘생긴 킬러가 등장한다. 그 킬러는 계모의 지시에 따라 백설의 남자친구를 살해하고. 그녀마저 죽이려고 하지만 죽이지 못한다. 그후 백설은 다섯난쟁이(?)이와 함께 살아간다. 백설이 살아있음을 알게된 계모는 백설에게 사과를 먹어서 혼수상태로 만든다. 결국 킬러는 계모를 죽이고 해독제로 백설을 살려낸다. 백설은 죽은 애인을 잊지못하고 킬러를 죽이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참 잔혹한 원작뒤집기이다.



                                          다비치 '시간아 멈춰라' 뮤직비디오

 최근 '춘향전'을 뒤집는 영화가 개봉했다. 방자가 춘향을 사랑을 나누며 이몽룡과 애증관계를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목도 '방자전'이었다. 고전인 '춘향전'의 내용을 뒤집었다는 대목과 함께 파격적인 정사신도 등장한다고 해서 개봉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개봉되자마자 어떤 단체서 상영금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해마다 춘양제 행사와 춘향선발대회를 개최하는 춘향문화선양회 라는 단체라는 곳에서 성명서를 통해서 상영 금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었다.



 그들은 성명서에서 지난 80여년간 춘향에 제를 올리고 춘향선발대회를 통해 고귀한 춘향사랑을 기리고 있었으나 '방자전'이 "이런 민족적 노력과 헌신을 영화제작사는 춘향이 방자와 놀아난 것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춘향의 영원하고 순수한 사랑을 단순한 노리개감으로 전락시킨 영화에 남원시민은 분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당장 영화상영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방자전'의 원작인 '춘향전'은 판소리 창가에서 나온 판소리계 소설이다. 판본에서 따라서 '기생'으로 등장하는 곳도 있다. '정절'이 아닌 다른 해석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 해석 중 하나는 작품 속에 춘향의 두 가지 모습에 주목한다. 춘향은 처음 만난 이몽룡과 육체적 관계를 맺고 음탕하게 노는 모습과 이몽룡이 떠난 이후에 열녀로 어떤 결정적인 대목이 없이 변신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춘향의 열녀의식은 신분 상승이라는 목적 성취를 위한 수단이며 이를 위해서 장애가 되는 세력과 죽음으로 맞서는 근대지향적인 여성으로 해석된다. 원래 '춘향전'은 '정절'이라는 주제로만 모든 것을 해석할 수 없는 작품이다.

 어느 네티즌의 지적처럼 춘향문화선양회에서 춘향전이 쌍벽을 이룬다고 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미 뮤지컬, 소설, 영화 등 많은 각색과 패리더 등장했다.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훼손됐다고 느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다비치의 '시간아 멈춰라' 뮤비를 보고 백설공주의 순수성이 파괴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뮤비 제작자들은 그림형제를 모독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각색화 패러디가 등장하는 것은 그 작품의 존재감과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춘향문화선양회에서 우리의 귀중한 문화 유산인 '춘향전'에 대해 아끼며 보살피는 노고에 대해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춘향전'의 하나의 주제인 '정절'은 조선시대에 여인들의 소중한 가치이며 존중되어야 될 것이 분명하다. '춘향전'의 정절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고 생각하듯 '춘향전'이라는 작품이 문화적으로 가진 다양한 가치에 대해서도 존중했으면 한다. '방자전'은 영화의 평가 여부를 떠나서 '춘향전'이 더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작품임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