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1. 2. 15. 23:29

 '황산벌'은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코메디 영화를 표방했지만 그렇게 웃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바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 다지 재밌지 않는 코미디였지만 자극이 없었고 후반부에 연출한 전쟁 장면이 꽤 심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후반부에 전쟁 장면은 미친짓처럼 그려졌다. 웃기지는 않았지만 볼만한 작품이었다. 전작에 대한 추억과 함께 이후 '왕의 남자'와 '라디오스타' 등으로 쌓인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평양성'으로 날 이끌었다. 



 보는 내내 피곤감이 엄습했다. 전날에 잠을 몇 시간 못잔 피곤함 탓이라고 여기며 스크린에 집중했다. 어떤 재미없는 영화도 속으로 욕을 할 지언정 잠은 들지 않는 편이었지만 어느 순간에 필림이 끊긴 내 모습을 발견했다. 함께 온 커플이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정답게 영화보는 모습을 보며 둘은 그래도 영화를 즐기고 있구나 싶었다. 영화가 끝나고 들어보니 보자고 추천한 남자 친구에게 여자 친구가 '이 거 왜 보자고 했어?' 물어보면서 시작된 대화였다고 했다. 상영관을 나온 세 사람의 발걸음 왠지 무거웠다. 영화를 보러가자고 한 동생의 어깨는 무거워 보였지만 위로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너무 영화가 앞서간 탓일까? 클릭 한 번만 하면 심각한 정치 기사를 읽다가도 걸그룹의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볼 수 있는지라 빠른 감정 기복의 변화는 충분히 받아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전쟁 끌려온 '거시기'와 백제 병사들이 전쟁에 살아남기 위해서 쇼를 펼치면서 웃기려고 하더니 갑자기 전쟁 안 가고 도망가다가 당나라 장군에게 들켜 맞아 죽는 서글픈(?) 장면이 금방이어져 버린다. 웃기다가 갑자기 억울하게 끌려온 민초들의 죽음에 슬퍼하기에는 내 감정이 전혀 따라올 수 없었다.

영화는 그렇게 학창 시절에 배운 소설이나 희곡의 5단계를 밟지 않고 웃긴 모드와 심각한 모드를 수차례 반복했다. 백제 병사들의 쌀을 주제라한 공연과 고구려의 대응, 백제 병사들의 요령 피우기와 장렬한 죽음, 포로가 된 거시기와 장가가는 거시기, 남건과 남생의 대립과 남생의 배신 등 다양한 에피소드의 배치가 큰 파도 없이 스무드하게 어이지면서 눈꺼플을 무겁게 했다. 그러디니 김유신의 멋진 책략으로 모든 사건을 한 방에 해결해 버린다.  김유신은 평양성의 종결자였다가 주제였던가..

그들의 뜬금없는 등장은 재미보다 황당함을...


 평론가들이나 영화 전문 기자들을 통해서 회자되는 이준익 감독의 역사관은 공감이 된다. 큰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다양한 모습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모습을 역시 평양성에서도 그릴려고 했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웃기다가 심각하다 갑자기 돌변하면서 에피소드만 이어지는 것 같은 내러티브는 영화를 충분히 재미없게 만들었다. 차라리 전작들 처럼 훈훈하게 자극없는 코미디로 가다가 심각하게 마무리하는 쪽이면 오히려 더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재미를 느끼지 못하다보니 그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도 찾아나기 싫어진다. 특히 거시기가 고구려 사람들을 감독시켜 장가가는 장면과 마지막에 모든 대중을 감동시켜서 탈출하는 장면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 영화의 백미였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