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2009. 5. 13. 17:37
  "쿵짝쿵짝 쿵짜자 쿵짝 네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한구절 한고비 꺽어 넘을때/ 우리네 사연을 담아... " <송대관 '네박자' 중에서>

 이 네박자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인 데서 분위기 띄우는 데 좋은 노래다. 90년 후반 신입생환영회를 처음 갔을 때 이 노래를 불렀서 꽤 인기를 얻었던 동기 녀석이 기억이 난다. 그 중에도 이 '네박자'라는 곡은 98년에 발표되어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은 송대관의 대표곡이다. 이 노래는 태진아의 2000년에 발표된 '사랑은 아무나 하나'와 함께 재밌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지금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당시에 트로트 곡으로는 최초로 제작비를 들여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던 것도 당시에 꽤 화제가 되었다. 

 트로트라는 장르는 오랫동안 사랑 받은 곡이 많아서 이 두 곡은 비교적 최근(?) 인기를 얻은 롱런한 히트곡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이 가사 속에 등장하느 '눈물 젓은 두만강'이나 '굳세어라 금순아' 같이 50-60년 이상을 사랑받은 곡부터 이미자, 나훈아, 주현미 등등 각 시기마다 국민들이 사랑을 받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르이다. 그 이유는 이 '네박자'라는 노래의 가사에서 발견 할 수 있다.  트로트의 장르적 특성인 '네박자'라는 뽕짝 리듬 속에 '사랑, 이별, 눈물' 등 그 시대 사람들의 '우리의 사연'을 담아서 '꺽어 넘는' 창법으로 구성지게 불러서사람들의 심금을 울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로트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자란 세대들의 성장과 함께 젊은 댄스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는 90년들어와서 중장년들이 듣는 이른바 '성인가요'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랬던 트로트 장르가 최근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장윤정의 '어머나'를 시작으로 박현빈 등의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활약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날봐 귀순', '대박이야'를 부른 빅뱅의 대성이나 주현미와 함께 '짜라자짜"를 부른 소녀시대의 서현과 같이 아이돌 그룹의 맴버들도 곡을 발표하면서 과거에 유행했던 '성인 가요'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런 트로트의 새로운 유행은 이른바 '신세대 트로트' 혹은 '네오 트로트'라고 명명하여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트로트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마도 아이돌 중에서 가장 트로트를 구성지게 부르는 것은 대성이 아닐지^^

  최근에는 기존의 발라드나 댄스 가수들이 트로트 곡을 발표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10여년 전에 '포기하지마'라는 댄스 곡을 히트 시킨 이후에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못했던 성진우가 '딱이야'라는 노래로 컴백하여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는 댄스 듀오에서 발라드 가수로 성공하며 군입대 전 공중파 3사의 가요대상을 싹쓸이한 김종국이 마저도 '따줘'라는 곡을 발표하며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토로트 장르의 새로운 흐름은 가요계의 장르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함께 잊혀져 가던 트로트 장르를 다시 되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사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쉬운 부분도 많이 발견된다. 최근에 발표된 노래들을 가사를 살펴보면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어둡던 내삶에 찬란한 빛으로 내게 다가와/ 내생활을 확 바꿔 버렸어(확 바꿔 버렸어)
이리보고 저리봐도 내사랑/ 한번보고 두번봐도 내사랑/ 너에겐 내가 딱이야" 
<성진우 '딱이야'중에서>


 성진우가 최근에 '딱이야'라는 곡이다. 이 노래에선 위의 레퍼토리가 네 번 반복된다. 거의 노래의 대부분이 이 파트의 반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정이나 사연이 아니라 '찬란한 빛'이나 '확 바꿔 버렸어' '내가 딱이다' 등 추상적인 표현만 나열하여 있다.  이런 추상적으로 표현된 레파토리를 쉬운 뽕짝 리듬에 담아 반복하고 있다.

"친구야 번호 좀 따줘/전화번호 따줘/웃고 있는 저여자/
         번호좀 따줘/전화번호 따줘/생머리에 저 여자

친구야
번호 좀 따줘/ 전화번호 따줘/ 혼자 있는 저여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저 여자"
<김종국 '따줘'중에서>


 가장 최근에 발표된 김종국의 '따줘'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한 용기없는 찌질한 남자가 꽂힌 이성과 사귀고 싶어 친구에게 전화번호를 따달라고 조르는 이야기이다. 이 곡에선 위의 레퍼토리가 세 번 반복되는데,  한 번에 '따줘'라는 단어가 6번 등장하므로 총 18번 반복된다. 반복된 단어나 문장을 듣기 쉬운 멜로디에 실어 반복하는 일종의 후크송의 성격을 띤다. 이런 성향은 비단 이 두곡 뿐만이니라 박현빈의 '샤방샤방', 윙크의 '부끄부끄' 같은 곡에서도 다양하게 발견된다.
 
'따줘'라는 곡은 김종국이 콘서트에서 불렀는데 반응이 좋아서 앨범으로 발표하게 되었다고 하죠^^

 CD에서 디지털 음원이 음반 시장을 주도하면서 벨소리나 컬러링 등 특성에 맞춰서 반복된 가사와 쉬운 멜로디의 반복되는 후크송이 대세를 이루는 현상이 '네오트로트'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대중음악은 상업적인 성공이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이런 현상이 비단 트로트만의 문제로는 볼 수 없지만 오랜 시간동안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트로트라는 장르가 사랑, 이별, 눈물 같은 '우리의 사연'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속에서 친숙하게 자리잡은 뽕짝 리듬이 듣기 쉬운 멜로디의 도구로 사용되어 '사연'이 빠진 쉬운 가사에 사용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원래 트토르는 외국에서 건너온 장르가 혼합되어 만들어졌기 때문에 순수한 전통 가요로 보기 어렵다는 시선 속에서도 몇십년간 우리의 할머버지 아버지 세대 거쳐서 사랑받아 왔다. 새로운 트로트 바람을 다시 일으켰다면 시대의 사연을 네박자와 겪기 창법에 담아 이어져온 귀중한 장르인 트로트가 후크송의 유행 속에서 정체되어서는 안된다. 트로트가 지금까지 이어온 장르의 특성을 살려서 송대관의 '네박자'에서 얘기하는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의 '우리의 사연'을 담아서 금방 잊혀지지 않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트로트 곡들이 발표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