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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1.06 메종일각 review, 80년대 일본 여성 상의 변화를 담다. 1
시사2021. 11. 6. 04:22

 메종일각은 다카하시 루미코가 유일하게 그런 현실 이야기로 '란마1/2'나 '이누야샤'와 같은 판타지적 요소가 1도 들어있지 않다. 그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80년대 일본의 모습이 잘 담긴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일본은 성공과 위기가 공존하는 시기였다. 일본 경제의 역대급 성공은 전 세계를 압도했고 전자제품, 자동차, 사무용품 등 상당 분야의 제품들이 전 세계의 채워졌다.

 일본의 성공은 미국 경제의 위기를 불러왔고 엔화가 달러보다 평가 절상을 등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엄청난 경제 버블이 생기고 결국 90년대 초에 버블이 붕괴된다. 일본은 아직까지도 장기 불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일본의 경제 성공에는 일본의 독특한 상황이 한 몫을 했다. 은행은 일본의 주력 회사에 돈을 몰아서 투자했고 일본 회사들은 부담 없이 그 돈으로 사업을 했다. 

 그리고 일본은 회사에 취직하는 직원들에게 종신고용을 약속했다. 종신고용은 좋은 제도지만 그것은 회사의 성공을 위해서 밤낮없는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그런 암묵적인 구조는 일본의 경제 성공의 원동력이었다.

 그런 구조 속에서 일본의 유명 대학 출신들은 일본의 대기업으로 취직하는 것이 성공의 일반적인 코스였다고 한다. 여성들은 결혼을 하면 그만두는 분위기였기에 오피스 레이디라 불리며 남직원들과는 차별된 대우와 업무가 주어졌다.

 60-70년대 일본은 그런 분위기에서 일본의 여성들은 회사의 헌신하는 탄탄한 대기업 직원과 결혼하여 아내와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이 전형적인 여성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위기는 그런 남성상과 여성상의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메종일각에서 그려지듯 남자 주인공인 고다이와 그의 친구 사카모토는 취업을 하기 힘든 상황으로 그려진다. 

 그 두 사람은 3류 대학 출신이다. 대학교 수준에 따라서 취업하는 회사에 고정되는 사회이기에 경제 불황은 그들에게 더욱 가혹한 시기였던 것 같다. 그렇기에 고다이는 일본 사회의 전형적인 코스가 아닌 자신이 더 잘하고 좋아하는 직업을 찾아 유치원 교사가 된다.

 여자 주인공인 오토나시교코도 역시 그 이전까지의 일본의 전형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있다. 주로 기업에 취직한 남자의 선택을 받던 여성과는 달리 교코는 남자를 선택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그녀의 선택도 좀 남다르다.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 위해선 일본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직업(대기업의 회사원 등)을 가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남자를 선택하지 않는다.

 남주인공인 고다이는 평범한 지방 출신의 집안에 3류 대학을 다닌다. 반면 그의 연적인 미타카는 좋은 집안과 좋은 학벌을 가져 모든 면에서 고다이보다 우월하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뒷받침하며 아내와 엄마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다이보단 미타카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당시 사회 분위기에 부합한다.

 그런 현실적인 선택은 여주인공인 교코가 아닌 고다이의 애매한 여자 친구로 등장하는 코즈에가 한다. 이야기 막바지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서 일하는 코즈에는 대기업에서 입사에 성공한 선배에게 프러포즈를 받는다. 

 당시 취직이 불확실한 고다이 대신 코즈에는 그 선배를 선택한다. 물론 그 선택의 과정에서 고다이와 교코의 갈등이 극으로 가는 역할을 한다.

 쿄코는 지금의 (한국인)관점에선 결혼이라는 틀 속에서 자유롭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앞서 짚어본 그 이전의 일본의 여성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훨씬 더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일본은 그 때와는 또 많이 달라져 있다. 일본의 많은 여성들은 대기업에 취직하여 남성에 얽매이지 않은 삶은 살고 있으며, 초식남이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세계 최고의 일본 기업의 역꾼이었던 남성의 지위는 더 낮아졌다.

 다카하시루미코가 여성작가이기에 이런 사대적 변화와 함께 현명한 여성이면서도 주체적으로 애정을 선택하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