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2012. 1. 2. 17:13


 어린 시절 연말의 추억에는 항상 가족들과 TV 앞에서 연말 시상식을 보는 장면이 떠오른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1년 동안 TV 드라마와 가요 쇼 프로그램에서 보던 스타들이 한 자리에서 나와서 그 중에 최고를 뽑는 것만으로도 설레였다. 최근 연말 시상식을 보고 있노라면 1년간에 TV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떠올리게 만들지 못하게 한다. 오히려 시상기준과 시상자에 대한 의문 부호만 남게 만든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런 대목들이 많이 등장했고 다음 날 인터넷 기사에는 그런 내용들이 도배되고 있었다. 

 mbc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방송연예대상과 연기대상에서 '대상'의 대상을 사람에서 프로그램으로 바꾼다고 할 때부터 왠지 심상치 않았다. 프로그램은 인격이 아니기에 상을 받아도 좋아할 줄 모른다. 이번에 대상을 받은 '나는가수다'나 '최고의 사랑'은 누구에게 준 상이었을까?  애정남에게 물어봐야 할 정도로 참 애매하다. 제작진이나 출연자인지 아니면 시청자인지.. 모호한 수상 대상에 방송연예대상은 '나가수'에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만든 화제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주는 결과적으로 자화자찬식의 결론이 맺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단지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 수단으로 전략하는 시상식이 되고 말았다.

 아이돌 가수가 가요계를 장악하는 시기에 맞춰 방송3사의 연말 가요대상 프로그램들은 전부 축제 형식으로 바꿨다. 유일하게 kbs 가요대축전에서 실시간 팬투표로 '올해의 노래'만 뽑았다. 한 해를 결산하는 올해의 노래에 비스트의 '픽션'이 선정됐다. 물론 그 노래가 올한해 인기를 끈 노래인 것은 맞다. 하지만 2011년 한해를 대표하는 '올해의 노래'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애초에 선정방식이 잘못됐다. 주최측에서도 결국 아이돌 해당 팬덤들의 조직력이 팬투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매주하는 뮤직뱅크도 음반 판매, 음원 판매, 방송횟수 등 다양한 기준으로 선정하는 마당에 '올해의 노래'는 왜 팬투표로 최종결정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국영방송 kbs에서 2011년 올해의 가요를 많은 시청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노래로 선정되게 만들었다.

대상의 경우 시청자들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수상들이 많았다. 기대했던 수상자들이 수상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받는 사람과 못받는 사람이 생기는 상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같이 각 방송사마다 다양한 상이 만들어져서 상의 희소가치를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사람이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kbs 연예대상에선 김병만에서 무관의 영광을 안겨줬다. mbc에선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정형돈을 외면했다. sbs에선 많은 후보들을 놔두고 결국 러닝맨의 유재석을 선택했다. 이런 공감하기 힘든 상황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수상자 개인과 방송사의 관계 때문으로 오해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2011년의 연말 시상식들은 과연 그 상을 수요하는 목적이 어디에 있는 것이 의문스럽게 했다. 상위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장면들이 너무 많이 등장했다.  자사 프로그램의 논리가 더 부각되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