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2010. 6. 14. 04:44

 '태극기 휘날리며'에 많은 연예인들이 등장했다. 이미 월드컵 전부터 단독중계하는 SBS에서 무지하게 광고를 해온 터라 호기심에서 시청을 했지만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리스전 현장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은 왠지 함께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응원단들과 따로 노는 분위기였다. 개막 전부터 이벤트를 통해서 응원 사진으로 만든 태극기를 애국가를 부를 때 펼치는 모습도 그다지 감동스럽지 않았다. 단지 붉은악마가 했던 태극기 펼침을  굳이 왜 연예인들이 고생하면서 저렇게 해야되나 의문이 들뿐이었다. 일반인들의 응원단과 괴리된 연예인 응원단의 모습은 '리얼'과 '소통'이 빠진 패떴2와 흡사했다. 출연한 연예인도 따로 놀고 막상 경기가 시작되는 장면에선 해설자와 캐스터의 모습을 편집해서 보여는 하일라이트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에 방영된 '남자의자격'은 달랐다. 시작부터 2002년의 영웅들과 인터뷰가 재미를 줬다. 유상철, 김태영, 황선홍, 이민성 등이 출연하여 남격 맴버들가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식상하기 쉬울 수 있는 그들과의 대화는 이경규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화기애매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2002년 영웅들과 짧은 대화 속에서 추억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남격 맴버과 함께 한 한준희 해설위원도 그들의 토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남격 맴버들은 남아공을 떠나는 시점부터 붉은악마와 함께 했다. 공항에서 35명의 붉은악마 1진과 함께 만남을 가진 것이었다. 붉은악마와 함께 시작한 그들의 원정은 그리스전 현장에서도 그곳의 응원단들과 함께 호흡했다. 개인스케줄 때문에 아르헨티나 전부터 합류하게 되는 김국진도 거리응원 현장에 나가 시민들과 함께 응원에 참여했다. 경기 시작 전에 거리에 나온 다양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흥을 돋구웠다. 그리스전이 시작되고 김국진 양 옆에 나란히 있던 여인들의 정체가 궁금하긴 했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시민들과 괴리된 연예인 응원단보다 훨씬 더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었다.



  이어서 그리스전이 시작되자 익숙한 두 남자가 등장했다. KBS의 축구해설 대표 콤비인 서기철 아나운서와 이용수 해설위원이었다. 경기에선 볼 수 없었지만 남자의자격을 통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예능에 등장하는 방식의 논란과 재미 여부를 떠나서 그들의 목소리는 무척 반가웠다. 공식 중계에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선택의 여지 없이 한 방송 중계만 들어야 하는 탓인지 모르겠다. 



 단독중계는 그 자체보다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공중파 3사와 약속을 어기고 자사의 이익을 위한 선택에는 월드컵을 시청하는 국민들의 입장은 없었다. 충분한 의논과정에 중계를 보는 많은 국민들의 의견이 조금이라도 반영이 됐다면 굳이 단독중계 자체를 비난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너무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단독중계의 결정은 월드컵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상황을 낳게했다.

 개막 전부터 다양한 컨텐츠로 방영되던 특집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췄다. SBS가 가지고 있는 능력만큼 제작된 몇 개의 특집프로그램만이 방영되었고 그 흐름은 개막 이후에도 이어졌다. 다양한 중계와 해설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월드컵 흥미를 더욱 돋구워줄 각 방송사의 메리트를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볼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나마 남아공 간 '남자의 자격'이 이런 아쉬움에 씁쓸한 위안을 안겨줄 뿐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대한민국을 응원할 밖에는...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