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2010. 5. 17. 03:43

 야행성의 예고편은 좀 당돌했다. 요즘 일요일 저녁 안방극장은 KBS2가 장악한 탓도 있을 터이다. 그 예고편대로 일요일 저녁부터 해피선데이 남격과 1박2일을 보고 난 다음 수상한삼형제를 이어서 시청한다. 바로 이어서 개콘을 본다. 개콘에 엔딩이 올라갈 무렵 주말이 끝났다는 아쉬움과 다음날 출근이라는 부담감이 밀려온다. 그 부담감과 허전함을 달랠 길이 없는 것은 누구나 격는 일요일 밤의 경험일 것이다. 그래서 '야행성'이 시작한다고 한다고 한다. 얼마나 당찬(?) 포부인가. '야행성'을 보고난 다음에 더 많은 허무함을 느낀다면 그런 불만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말인가?? 



 첫방인지도 모르고 봤다. 밤샘버라이어티를 표방하여 다섯 명의 진행자가 탑차를 타고 밤새 토크쇼를 하나 싶었다. 다섯 명의 진행자들은 그렇게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맴버들도 아니였다. 예능 프로그램에 단골손님인 신동엽과 윤종신 그리고 길이 등장했다. 구성에 빠져서 안되는 아이돌 맴버로 샤이니의 온유가 차지했다. 약간 의외의 맴버는 장항준 감독 정도였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은 이미 라디오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보여준 터였다.  예능은 처음 등장이라지만 새로운 느낌을 주는 맴버는 아니였다. 그렇게 평범한 프로그램 소개와 각자의 인연 등을 얘기하며 너무 무난하게 프로그램은 시작됐다. 



 김윤진 씨가 게스트가 등장했다. 예능에는 보기 힘든 스타지만 '공익'을 표방하는 터라 출연을 한듯 보였다. 야행성이 공익버라이어티로서 가능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스타가 밥을 먹여드립니다'부터 였다. 한 아들의 사연.. 5년전 교통사고로 밤에 힘들게 일하며 낮엔 중환자실에서 돌보면서 회복된 사연을 소개하는 한 젊은이가 등장했다. 밤에 깨어서 돌게이트에서 일하는 어머니에게 그때의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보답하고자 저녁식사를 대접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 어머니가 일하는 돌게이트 창구에선 저녁식사를 대접할 수 없기에 사무실까지 어머니를 유인하기 위한 과정에서 어설픈 몰래카메라가 등장했다. 좀 허술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장항준 감독의 역할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이미 VJ특공대 촬영이라는 밑밥을 깔아놓은 상황에서 장감독과 김윤진가 돌게이트에서 우연히 어머니를 보고 '돌게이트'라는 영화에 즉석 게스팅을 한다는 작전이었다.



 누가 들어봐도 어설퍼보이는 작전이었다. 거기에다 장감독의 어설픈 연기가 더해져서 그 상황을 더 웃기게 만들었다. 그냥 어설프게 VJ특공대 촬영의 부분으로 이해하고 따라온 어머니를 맞이한 것은 '야행성'의 진행자들과 따뜻한 식사였다. 그리고 이 식사를 신청하게 된 아들이 소개되면서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 어머니가 아들을 병간호할 당시를 회상하며 했던 말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고통사고로 생사를 헤메는 아들을 보며 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았지만 여기서 무릎을 꿇으면 끝이다 생각하고 억지로 밥을 삼켰다고 했다. 또한 웃으면서 내가 힘내면 아들도 분명히 힘을 낼거라는 그런 마음으로 어려운 시간을 견뎌냈다는 얘기를 했다. 중환자실에서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르는 아들을 간호하면서 들었던 심정을 그렇게 어머니는 표현했다.  



 낮에 병간호하고 밤에 일하는 어머니를 옆에서 함께 도왔던 돌게이트 직원분들에게도 야식이 전달되면서 다른 코너를 위해서 이동을 했다. 이번에는 번개였다. 심야에 번개라니 참 특이하면서도 재밌는 발상이었다. 처음 진행자들의 우려대로 아무리 방송이지만 새벽 3시에 첫방부터 사람들이 몇명이나 올까 싶었다. 첫방임에도 불구하고 새벽3시에 7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번개를 하고 알려서 70여명의 사람들 온 것은 그렇게 주목할 것은 아니었다. 번개의 주제가 어버이날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이자는 대목이었다. 



 70명과 출연자들이 지하철9호선 한칸에 둥그렇게 앉아서 각자의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며 얘기 나누는 모습이 참 훈훈했다. 근래에 예능에서 보기드물 정도로 소통과 감동이 함께 했다. 이어서 밤새 출연자들과 70명의 참여자들이 지하철 한칸을 카네이션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곧이어 첫 차부터 지하철을 이용한 승객들이 카네이션을 보고 다양한 생각에 잠기며 부모님에게 쪽지를 남기는 모습에서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부모님에 대해 느끼는 마음이 내 마음의 그것과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끝나고 허무함보다 따뜻함이 더 남아 있었다.야행성의 예고편은 허위과장 광고가 아님을 증명한 셈이었다. 매주 일요일 밤 다음 날에 대한 부담과 허무함을 따뜻함으로 덜어줄 수 있는 예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미지 출처:  KBS 홈페이지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