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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2 <2009 외인구단> 원작훼손 너무 심각하다
드라마2009. 6. 2. 03:36




 하나 각을 이루는 두 변은 같은 꼭지점에서 시작한다. 시작은 같은 점이지만 1도만 어긋나도 각을 이루는 두 선은 영원히 만나지 못한게 된다. 지난 주 <2009년 외인구단>을 보고 있으면 원작과 같은 꼭지점에서 시작한 드라마가 점점 원작과의 각이 점점 벌어진 채 멀어져 가고 있다.  원작 만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만화의 재연이 될 필요는 없다. 최근 드라마 '식객'이나 '꽃보다 남자'와 같이 드라마적인 특성을 살려서 원작과는 또다른 재미있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2009 외인구단>은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극의 중반을 치닫는 시점에서 원작과 위험한 각이 벌어지고 있다.   

 각은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부터 벌어지기 시작됐다. 그 핵심인물은 오혜성보다는 엄지와 마동탁이다. 엄지는 원작에서의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순정파 여인이 아닌 당차고 씩씩한 캐릭터이며 마동탁은 원작의 성공과 승부에 집착하는 냉혹한 면은 약해지고 사랑에 집착하는 인간적인 면이 많은 인물로 설정되었다. 이런 캐릭터의 변화가 극 전개에 영향을 준 것이 바로 지난 주에 방영되었던 혜성이 '지옥훈련' 떠난 이후의 두 사람 사이의 이야기에서였다.

지옥 훈련을 떠나는 혜성.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 무지 꼬이기 시작했다...

 지옥훈련을 떠나기 전에 엄지와 혜성이 애틋한 연인관계과 된 것은 같은 꼭지점이었다. 하지만 원작에서의 엄지는 마동탁이 선택이었지만 드라마에서의 마동탁은 상황이었다. 이미 당차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엄지는 원작처럼 2년 동안 소식이 없는 혜성을 기다릴 수 있으며 마동탁의 그녀를 위한 연속안타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 혜성의 생사에 대한 오해이다. 혜성의 죽은 줄만 알게된 엄지는 그녀와 그녀의 딸을 위해 헌신하는 마동탁에서 마음을 열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하나 등장하게 된 것은 엄지의 혼전(?) 임신이다. 원작이 발표된 80년대 초반과는 엄청나게 변화된 2000년대 젊은이들의 연예 방식에 대한 리얼리티를 제공하려는 의도였을까? 문제는 혜성과 엄지에게서 난 딸의 아버지가 마동탁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설정에서는 앞으로 어쩔 수 없이 진부한 친아버지를 찾는 이야기가 전개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외인구단의 등장과 서부와 유성의 흥미진진한 승부가 전개될 시점에서 친딸과 친아버지가 만나야 하고 그 속에서 키워준 아버지와 친 아버지 그리고 그 엄마의 갈등은 생각만해도 피곤해진다. 

마동탁의 연속 안타 대기록과 혜성을 포기하는 엄지..

 원작의 비극적 결말을 위해서는 마동탁에서 애증이 교차하는 엄지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지는 혜성이 아닌 마동탁을 선택해야만 한다. 혜성이 죽은 줄 말고 마음에 묻고 그리워하는 엄지와 그의 딸까지 있는 상황은 이미 원작이 비극적 결말과 연결짓기는 희박해 보인다. 드라마가 원작의 캐릭터와 플롯을 똑같이 살려야 될 이유는 없다 .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설정이 그렇게 참신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작의  변형을 통해서 무언가 시청자들을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가진 고유한 캐릭터들이 형성하는 원작의 재미와 메세지까지 죽이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상당히 염려스럽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