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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9 '남자이야기' '김신'은 왜 투표했을까?
드라마2009. 6. 9. 18:04

 '김신(박용하 분)' 마지막에 더 큰 적을 만난다. 그들은 '채도우'보다 더 오랫동안 강력하게 '돈'으로 세상을 지배해 온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채도우'가 물러난 명도시에 그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주변에 땅값을 올리고 아파트를 지으려고 한다. 또 죽은 시장이 '김신'에게 과제로 남겼던 '서민 아파트 세 동, 학교 하나, 보건소'를 방해하는 더 강력하고 새로운 적이었다. 그 때 김신은 어디론가 달려간다. 그 곳은 바로 명도시 시장 선거 투표소였다. '김신'이 용지를 받아서 흐뭇한 표정으로 투표를 한다.  그 장면은 흡사  '선거관리위원회' 홍보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왜 '김신'은 마지막에 투표소로 갔을까??

  
투표 용지를 받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 김신

 처음 이 드라마가 주목을 받은 것은 송지나 작가의 대한민국 3부작 중에 완결편이라는 것이였다. '여명의 눈동자'와 '모레시계'에 이은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시리즈,  바로 '지금'을 다룬 것이다. 그래서 20부에 이르는 동안 우리가 뉴스나 미디어에 접해왔던 많은 사회의 이슈들이 드라마에 녹아있었다. 만두파동, 석궁사건부터 시작해서 신도시, 철거민, 허위사실 유포 등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대한민국의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극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 사회 이슈에 재조정이 아니라 사이코패스 '채도우'에 대한 '김신'의 대응과정이었다. 

 '김신'은 감옥에서 자신의 형의 부도와 죽음에 이르게 한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출소 후 '김신'은 '채도우'와 같은(?) 방법으로 대결하다가 처절한 실패를 맛본다. 그 댓가로 그는 '채도우'에게 무릎을 꿇으며 항복하는 수모마저 겪는다. 그 다음 '김신'이 철거촌에 사는 형수와 조카들을 만나러 가면서'채도우'와 '명도'시에서 두번째 운명적인 대결을 벌인다. 하지만 '김신'은 처음 싸움과는 달랐다. 그 이유는 그의 멘토가 되는 명도 시장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그의 싸움방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시장과의 짧은 대화에서였다. 




김신: ... 저 친구는 그래도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아는데 난 글쎄요. 뭘 하고 있는 걸까?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다고 해야되나?

시장: 왜요? 바위가 아니라 계란이라서 분해요?


김신 : 저 밑에 있는 친구가요. 나보고 착하대요. 난 착하다고.. 근데 착한 건 약한 거라고. 그래서 질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난 착하고 약하고 질 수밖에 없는 계란인거죠.


시장 : 친구 분이 잘못 아셨네. 착한 게 약한 건 아니에요. 혼자라서 약한거죠. 혼자하러고 하니까 혼자 덤비니까 혼자서 지게 되는 거에요. 계란으로 바위로 친다구요? 계란 하나 던진다고 해서 당연히 표가 안나죠. 만 번 백만 번 던져보세요. 바위도 깨지게 되어 있어요. 김신 씨라고 하셨죠? 지금 마음이 혼자죠?


김신 : T.T



 만 개의 계란을 만난 것은 명도 시장의 죽음 이후 신도시 농업벤처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채도우'의 달콤한 휴혹이었던 신도시 취업을 미끼에 넘어간 줄 알았던 '김신'은 그들이 결국 그를 믿어줌으로서 신뢰라는 것이 생기게 되고 그것이 곧 '돈'과 싸울 수 있는 힘이 된다. 막바지에 다다른 채도우는 안경태와 박문호를 경찰에 집어넣고 '김신'에게 두 번째로 무릎을 꿇으며 항복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때의 김신은 혼자가 아니였다.

김신 :  채도우 니 마음대로 생각하고 니 식대로 뭐든지 해봐. 다시는 니 앞에서 무릎꿇지 않을 거니까. 

채도우: 나도 보기 좋아서 이런 거 시키는 거 아니에요. 김신씨. 무릎을 꿇으라는 건 기회를 주겠다는 얘기에요. 겁없이 덤벼드는 날 벌레들 그냥 밟아버릴 수 있지만.  그러니까 이제 조심하라고. 고마워해야 되지 않나?


김신 : 그런데 말이야. 세상에 채도우가 너 하나라면 그렇게 해서라도 널 막아보겠는데. 세상에 채도우가 백 명 천 명이면 어떻게  해? 그 때마다 무릎 꿇고 빌어? 그럴 수 없잖아. 


채도우 : 그래서요?


김신 : 알아두라고. 나 이제 니 식대로 싸우지 않을거야.


채도우 : 그게 문제에요.  싸우겠다는 게. 그러니까 해충 소리를 듣잖아.  


김신 : 그리고 또 알아두라고. 처음엔 혼자였는데 지금은 내 사람들이 많아. 열 명 백 명. 잡아갈 수 있을만큼 잡아가봐. 그래도 우리는 아직 많으니까. 그 얘기해줄려고 왔어. 사실 너 혼자서 무서운 거잖아?
 


 대한민국을 이야기한 이 드라마는 결국 악인의 멸망과 주인공의 짜릿한 승리같은 그럴듯한 결말을 만들지 않았다. 물론 채도우는 김신을 살해하려다가  여동생을 죽이면서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세상에 또다른 채도우들 바로 등장시킨다. 한국 사회는 태어날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정치 권력 혹은 자본 권력과 이 맞서는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싸움이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싸움 속에서도 4.19혁명이나 6.10항쟁 같은 역사를 써가며 권력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 나갔다. 이제는 그런 힘들고 어려운 싸움이 아니라 법이나 선거와 같은 제도라는 테두리에서 싸울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제도라는 기반도 '우리'라는 인식이 없다면 철저히 패배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그것이 만들어진 이후에 몇 차례 경험을 했다. 상위 몇 %만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다 함께 살아가는 곳이 이 대한민국임으로 망각하는 순간, 그리고 제도를 통해 우리가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순간 '채도우'와 같은 존재에게 패배할 수도 있었다.  '김신'은  드라마에 마지막을 명도 시장을 뽑는 선거에 한 표 더진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6.10항쟁 기념일은 오늘도 나라는 무척 시끄럽다. '김신'은 지금의 혼란스러움이 어쩌면 잘못된 선택의 결과였다면 그것을 바로 잡는 것도 앞으로 있을 새로운 선택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