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스페인 투우 폐지 논란, 그러나 투우소는 행복하다

찬Young 2010. 4. 15. 17:06

  
  얼마전 '생방송 세계는 지금'에서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다. 스페인의 전통문화인 투우가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었다. 스페인의 동물보호단체들이 소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며 강하게 투우 반대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투우라는 게 꽤 오래된 스페인 전통문화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반대운동이 일어난다는 게 참 새삼스러웠다. 지금까지는 가만히있다가 이제와서 반대운동을 하는지도 의문스러웠다. 방송에서는 투우 반대하는 운동가들의 입장만을 다루지는 않았다. 투우 업종에 종사하는 투우사와 투우소 사육사의 인터뷰도 다뤘다. 그 중 사육사 인터뷰 내용이 참 의미심장했다.

 투우소 사육사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그러니까 잔인하다고 하는 것은 투우용 소가 어떻게 키워지는지 몰라서 그런 것입니다. 태어나서 4살이 되어 투우장으로 보내질 때까지 투우용 소들은 좋은 환경에서 건겅관리를 받으며 자랍니다. 좁은 공간에서 살만 찌워지다가 1년 만에 도축되는 고기소랑 비교할 수 없습니다."


 사육사의 이 인터뷰와 함께 넓은 대지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투우소들의 영상이 함께 등장했다. 투
우용 소들이 넓은 공간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사육사의 말이 더 신뢰가 갔다.



 투우를 반대하는 동물보호가들의 주장은 소들에게 너무 고통을 준다는 것이었다. 소가 고통받는다는 얘기를 들으니 2년전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국 쇠고기 수입 논란 당시 봤던 동영상들이 떠올랐다. 미국 내 도축 공장의 장면들이긴 했지만 스페인이든 한국이든 사육과정에서 있어서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뿐이지 크게 다르지 않다. 좁은 공간에서 목초가 아닌 동물뼈를 갈은 것이나 옥수수 등이 들어있는 사료를 먹이고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각종 항생제들을 먹이는 과정에서 말이다.

 투우를 반대하는 동물보호론자들이 소가 고통을 받는다는 이유이다. 소의 고통을 생각하는 것은 결국 고통을 느끼는 '생명'을 가진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을 가진 동물로서 진짜 고통을 더 많이 받는 쪽은 투우소일까 아님 고기소일까?  투우소는 방송에서 다룬 것처럼 넓은 목초지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4년동안 행복하게 살아가다가 투우장에서 창과 칼에 찔려 잠깐의 고통을 느끼며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반면 고기소들은 1년동안 좁은 우사에 갇혀서 자유롭게 뛰어다니지 못하며 마음대로 풀을 뜯어먹을 수도 없다. 또한 원래 먹은 풀이 아닌 옥수수나 동물의 뼈등을 먹어야 한다. 1년정도를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답답하게 살다가 투우소보다는 조금 덜 고통스럽게 죽어서 고기를 남긴다.

 두 소를 비교하면 훨씬 더 고기소가 고통스러운 삶을 산다. 고기소가 단지 목적이 고기를 주기위한 것이므로 논외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둘다 생명을 가진 소이며 고통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만약 투우를 반대하는 스폐인의 동물보호론자들이 소가 느끼는 고통이 문제라면 오히려 고기소를 키우는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는 게 더 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도 소수 목소리에 불과해 보인다.

 2년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때도 관점은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그런 소가 수입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한우들은 미국과 달리 건강하게 성장하여 우리 밥상에 올려지는지에 대한 얘기는 그다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방송을 보면서 여전히 우리는 진짜 고통받는 소가 바로 사람들이 먹는 고기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느낌이다. 고기소들이 더 많은 양의 고기를 빠른 시간에 원래 그들이 먹지않는 동물의 뼈와 옥수수를 먹였다. 그 결과 그들은 광우병와 O157라는 병에 걸려 우리의 생명을 위협했다. 그들의 고통은 우리의 고통와 무관하지 않았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논란 이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아무래도 스페인에서 가장 행복한 소는 오히려 투우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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