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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05 과거의 자신과 만난 '이휜'과 '이도' 무엇이 달랐나
드라마2012. 3. 5. 16:04
 지난 18회 해를품은달에서 재밌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훤이 어린 시절 자신과 대면하는 장면이었다. 아역들이 워낙 호연을 한터라 어린 이훤 여진구와 김수현이 함께 있는 장면 자체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어디서 본 장면과 무척 비슷했다. 뿌리깊은나무에서도 두 이도가 만나는 장면이 화제를 낳았다. 뿌나 역시 젋은 이도의 송중기의 호연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터라 오히려 그 카리스마가 한석규 능가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던 장면이었다. 연이어 화제를 모으는 두 사극에서 주인공인 왕이 어린 시절 자신과 만나는 장면은 같은 듯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해품달은 극이 막바지로 가면서 세자빈 연우에 대한 죽음이 비밀이 밝혀졌다. 그 죽음의 비밀은 불편한 진실이었다. 혈육인 할머니 대왕대비와 여동생 민화공주가 연우를 죽게 한 주범이었기 때문이다. 민화공주는 혀엄과 이미 정혼하고 아이가 가진 상황이었다. 연우가 죽은 당시 그 비밀을 안 성조대왕은 일종의 정치적 선택을 한다. 민화공주의 잘못을 덮고 딸을 지키기 위해서 허염과 정혼시킨다. 허염은 부마가 됨으로써 벼슬길이 막히게 되고 결국 이를 어린 이훤은 반대를 한다. 왕 이훤이 이 장면을 보게 된다. 누구의 희생이 아닌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나는 것이었다.

해를품은달 드라마장면 캡쳐



 성조대왕은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 것을 아들에게 당부한다. 이미 그것을 열어버린 이훤은 세자빈 연우의 죽음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할머니와 여동생을 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이에 갈등한다. 그 시점에 만난 어린 자신의 모습은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지 않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둬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보면서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를 깨닫는 것이었다. 연우의 죽음과 연모 그 비밀을 알게 되면서 고민했던 이훤은 결국 모든 것을 제자리 두는 것이 자기가 가야할 길임을 깨닫는다. 한 여인을 연모하며 품은 정에서 시작해서 그 원칙은 한 왕으로서 가져야할 자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가지 않았던 것은 이훤이나 이도는 비슷한 모습이다. 이도는 그 길을 걷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철권 통치로 외척과 대신들을 장악하고 반대하는 세력을 억눌렸던 이방원과 달리 대화와 설득의 길을 걷겠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하는 길이었다. 그 길은 결국 훈민정음 창제로 이어진다. 당시 중화와 사대부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선 우리만의 글자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여정에서 이도는 괴로워하며 아버지와 다른 길을 결정한 젊은 시절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다 니놈 때문이다 원망하며 분노한다.

이미지출처 : www.sbs.co.kr



 이도는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걷겠다고 결정한 이후 힘든 고비을 맞이하면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존재였다. 그 깊은 고통 속에서 젊은 시절 자신까지 원망한다. 지극히 인간적이며 현실적인 모습이다. 평소 우리가 보았던 주인공의 강인한 모습과는 다르다. 반면 이훤의 갈등은 어린시절 첫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첫사랑의 죽음을 잊지못한 채 살아가는 임금 이전에 한 명의 순정남에 가깝다. 그 죽음의 비밀을 파해칠수록  그에게 핏줄을 벌해야 하는 갈등에 이르게 되는 것이었다. 그 갈등의 상황에서 뿌리깊은나무의 이도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자신과 만나고 그는 거기서 자신의 가야할 길을 찾게 된다.

 갈등에서 고조된 시점에서 만나는 점에서 비슷하다. 또한 대면으로 인하여 그 갈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가야할 길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도 닮았다. 이훤은 왕으로서 투철한 통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인물이었다. 젊은 이도와 비슷한 나이에 현실을 깨닫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정하는 그런 시기이다. 첫사랑의 죽음을 통해서 자기를 둘러싼 세상의 모습과 다신이 가야할 길을 정립해 나가는 상황인 것이다. 만약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그는 자신의 조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던 그 길을 걸으면서 세상과 싸우며 이도와 같이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