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2016. 4. 4. 23:21

육룡의나르샤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스브스는 야심차게 차기작으로 또 사극을 내세웠다. 바로 '대박'이다. 처음 예고를 접했을 땐 제목만 듣고 역사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라 상상하기 어려웠다. 


 제목이 '대박'이라고 하니 무슨 조선시대 상인들 얘긴가 싶기도 했다. 막상 드라마를 보니 어디서 많이 들었던 역사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그 실존 인물들의 낯선 등장에 좀 당왕스럽기까지 했다.





 숙종부터 그랬다. 숙종은 항상 장희빈과 인현왕후 그리고 숙빈 최씨등 여인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유부단한 인물로 드라마 속에 항상 등장했다. 그랬든 그가 최민수로 분한 숙종은 완전 철혈군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숙종이 재위했던 시기를 마치 왕조 말기처럼 백성이 헐벗고 굶주리고 있으며, 그 원흉이 마치 폭군 숙종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그렸다. 그 지점이 너무 낯설었다. 





 또한 숙빈최씨(윤진서 분)의 등장도 그랬다. 그는 숙종의 성은을 입어 후궁이 되기 전에 남편이 있는 남자로 그려진다. 이미 숙빈최씨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동이'도  있었다. 그 드라마도 상당한 픽션 깔린 드라마였지만 숙빈최씨(한효주 역)는 최소한 남편이 있는 남자는 아니었다.


 연잉군(영조)를 낳은 이후 사가에서 자란 스토리를 변형하여 숙빈최씨의 전남편과 연결되고 이인좌하고 연결되는 복잡한 스토리를 만들어 놓았다. 숙빈최씨는 드라마 '대박'의 큰 축을 담당하는 이인좌를 통해서 궁에 들어가서 숙종의 후궁이 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꼬아놨다.





 이인좌의 등장 또한 어색했다. 연잉군이었던 영조가 즉위하고 3년 뒤 '이인좌의 난'을 통해서 영조를 몰아내고 새로운 왕을 세우려고 했던 인물이 바로 이인좌다. 물론 '이인좌의 난'은 안성 죽산에서 관군에게 대패하고 실패로 끝나고 만다. 


 '이인좌의 난'은 소론의 과격파였던 이인좌 등이 경종의 죽음과 영조를 지지하던 노론의 득세에 맞서 일으킨 난이다. 경종의 죽음이 미스테리한 부분이 많았으며 이를 영조의 탓으로 철썩같이 믿었던 이인좌와 그 무리들은 백성들을 선동하여 이 난을 일으킨 것이다.


 근데 '대박'의 이인좌는 숙종 시절부터 나라가 썩어감을 비판하며 대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흡사 육룡의 나르샤의 정도전 같은 느낌마저 풍긴다. 단지 지금 왕에 대한 반역이 아니라 나라 자체를 바꿔보겠다는 야심가로 그려지는 것이다.





 숙종, 숙빈최씨 그리고 이인좌 다 좋다. 요즘 사극의 트렌드가 역사의 재현이 아닌 픽션을 가미한 재해석으로 가고 있으니 역사적 사실을 다르게 했다는 것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문제는 '왜'라는 지점이다. 이 '왜'라는 대답은 '기황후'와 '육룡이나르샤'로 갈린다. '기황후'에선 '왜'를 찾기 힘들었다. 왜 '기황후'가 역사와 다른 인물로 묘사되야 하는지, 드라마에선 시청률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역사왜곡 논란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를 인정한 엠비씨는 드라마 시작할 때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자막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픽션을 제법 많이 가미한 육룡이나르샤는 역사왜곡 논란은 커녕 명품 사극으로 인정받았다.





 '왜'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육룡이 왜 '용비어천가'에 등장하는 그 육룡과 다른 인물들인지, 그 인물들이 조선건국이라는 큰 역사 흐름 앞에서 각자의 목적 앞에 충실해 가는 모습은 충분한 공감을 주었다. 그 '육룡' 중에 세 명은 실존인물이 아님에도 말이다. 


 조선 건국을 역사에 기록된 알려진 이들의 건국이 아닌 평범한 백성들과 함께 그리면서,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시켜가면서 많은 감동과 공감을 주었다. 






 '대박'은 아직 모르겠다. 이제 막 시작한 드라마에게 역사왜곡이냐 명품 사극이냐를 논하는 것은 시기 상조로 보인다. 일단 조짐은 좋지 않다. 


 흥미있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로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 지언정 그 '왜' 숙종, 숙빈최씨, 영조, 이인좌가 그렇게 그려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면 그냥 역사를 시청률을 위해 이용한 드라마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