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2016. 2. 22. 02:20

 시그널 9회에 재밌는 장면이 등장한다. 김원해(김계철 역)가 장기 미제 사건으로 오대양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병신년이 되기 전에 오대양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장면이었다.

 

 극 중에선 홍원동 연쇄 살인 사건으로 심각해 있던 박해영(이재훈)이나 차수연(김혜수)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장면이긴 하지만 시그널의 극 중 흐름을 봤을 때 아쉬운 점이 많다.

 

 

출처: tvN방송 화면 캡쳐

 

 

 시그널의 주 무대는 장기미제 사건을 전담하는 팀이다. 90년대 이재한 형사와 2015년의 박해영이 함께 다루는 사건도 실재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경기남부살인 사건은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홍원동 살인 사건은 신정동 엽기토끼 사건을 차용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이나 신정동 엽기토끼 사건 모두 실재 미재 사건이다. 하지만 김원해(김계철 역)가 언급한 오대양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이 아니다. 이미 1987년 집단자살사건 당시부터 1988년 5공 특위 그리고 1991년 재수사까지 3번의 검찰 수사에서 모두 집단 자살로 결론이 났던 사건이다. 

 

 오대양 사건을 장기 미제 사건으로 언급하는 것은 팩트상 맞지 않다. 그런데 트 오류말고도 더 큰 문제가 있다. 김원해의 오대양사건 언급 장면이 등장한 이후 인터넷 언론과 지아미라는 블로거 등이 소설에 가까운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이 글들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가슴 아프게 만든 세월호 참사가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오대양 사건이 세월호 사건과 연계되어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왔고, 지아미 블로거는 김은희 작가가 세월호 사건을 잊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라는 소설에 가까운 추측을 했다.

 

출처 : 이뉴스투데이

 

 2014년 세월호 사건의 본질은 오대양 사건도 구원파도 유병언도 아니었다. 왜 배가 왜 침몰되었는지 그리고 왜 300명이 구조되지 못했는가가 바로 사건의 본질이었다.

 

 당시 대다수의 언론은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엉뚱한 종교 단체와 그 인물만을 다루었다. 한 사람만 잡으면 세월호 참사가 해결되는 것처럼 몰아갔고 언론은 이를 동조하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려버렸다. 이는 당시 기자들 스스로 세월호 참사 이후 보도를 '보도 참사'로 표현하며 인정한 바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시그널에서 다루는 대한민국보다 참혹하다.특별법 제정으로 만든 특조위는 알 수 없는 정부의 압박으로 힘을 갖지 못하고, 침몰 원인은 주류 언론이 아닌 파파이스라는 인터넷매체에서나 팩트를 가지고 접근하는 형편이다.

 

 세월호 참사로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아직도 진실을 찾기 위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미제 사건으로 오대양 사건 언급되어 세월호 참사의 본질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렸던 내용이 다시 등장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김은희 작가가 시그널에서 과거 미제 사건을 모티브로 지금 우리의 모습을 상고해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김계철의 오대양사건을 언급은 분명 패착이다.

 

 김은희 작가가 한 블로거의 추측처럼 오대양 사건이라는 과거와 세월호 참사라는 현재를 연결시키고 싶은 의도가 있었다면,이는 기자들 스스로 보도참사로 자신들을 기레기(기자 쓰레기)라고 인정했던 2014년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찬Young